
파주 임진각은 분단의 현실과 평화의 염원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대표 안보관광지입니다. 최근에는 평화곤돌라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시설과 예술적 감성을 담은 평화누리 공원이 함께 어우러지며, 가족과 연인, 친구 모두에게 뜻깊은 여행 코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말 나들이에 적합한 동선으로 임진각 일대와 평화누리 공원을 여유롭게 둘러보고, 각 명소가 지닌 역사와 의미를 깊이 있게 소개해드립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한국전쟁의 흔적과 평화를 향한 희망을 직접 체감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평화곤돌라로 바라보는 DMZ 하늘길
파주 임진각에서의 여행은 이제 곤돌라 탑승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임진각 평화곤돌라는 임진강을 가로지르며 민간인통제선 안쪽의 풍경을 하늘 위에서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입니다. 왕복 약 1.7km 구간을 운행하며, 탑승자는 넓은 평야와 철책, 군사 시설, 그리고 멀리 통일대교까지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일반 캐빈 외에도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이 있어 보다 생생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탑승 전에는 신분증 확인과 보안서약서 작성이 필요하며, 출입이 제한된 지역을 통과하는 만큼 일정한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곤돌라에서 내리면 DMZ 스테이션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곳은 단순한 정류장이 아니라, 분단과 평화를 주제로 한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건물 1층에는 다목적 홀이 마련되어 있으며, 외부에는 다양한 조형물과 포토존이 있어 잠시 머무르며 주변을 감상하기에 좋습니다.
스테이션 앞에는 바람개비, 철책 조형물 등이 설치돼 있으며, 곤돌라를 타고 올라온 여정을 상징적으로 마무리하거나 사진으로 남기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또한 이곳은 평화전망대와 캠프 그리브스 갤러리로 가는 갈림길이자, 본격적인 DMZ 체험의 출발점이 되는 지점입니다.
하차 후 왼쪽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소원리본존’을 지나게 됩니다. 철조망을 가득 채운 수많은 리본에는 통일, 자유, 평화를 바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철책선이 하나의 거대한 기도문처럼 느껴집니다.
그다음으로 ‘평화의 등대’와 ‘평화정’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평화정은 전통 건축 양식으로 조성된 쉼터로, 이곳 앞쪽에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를 재현한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떠올리며 그 길을 따라 걸으면, 한반도의 긴장과 희망이 교차하던 시간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이 코스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평화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는 임진강과 민통선 너머의 들판과 능선이 탁 트인 시야로 펼쳐지며, 분단의 현실과 그 너머의 평화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전망대 관람을 마친 후 다시 스테이션 방향으로 내려오면,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연결된 길을 통해 ‘캠프 그리브스 갤러리’로 향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과거 미군이 주둔했던 기지를 리모델링한 문화 전시공간으로, 냉전의 유산이 평화의 메시지로 전환된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실내에는 과거의 흔적과 함께 다양한 전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어, 분단의 기억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관람 가치를 더합니다.
임진각에서 마주하는 분단의 흔적
DMZ 스테이션의 관람을 마치고 곤돌라를 타고 다시 임진각역으로 돌아오면, 본격적인 역사 유적 탐방이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장단역 증기기관차입니다. 이 기관차는 1950년 6·25 전쟁 중 폭격을 당해 탈선한 후, 전쟁이 끝나고도 반세기 넘게 비무장지대(DMZ) 내부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임진각으로 옮겨져 전시되었으며, 천 개가 넘는 총탄 자국과 찌그러진 외형이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관차 앞에서 발걸음을 멈춥니다. 그 존재 자체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며 분단의 현실과 쓰라림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기 떄문입니다. 지금도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 많은 관광객의 표정엔 묵직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증기기관차 바로 앞에는 ‘독개다리’로 연결되는 입구가 보입니다. 이 다리는 6·25 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되어 교각만 남게 되었는데 그 교각들을 이용해서 파괴되기 전의 철교를 재현한 인도교입니다. 길이 105m, 폭 5m의 구조로 만들어졌으며,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리 위를 걷는 동안, 방문객은 철로 아래로 흐르는 임진강과 그 너머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며, 전쟁의 참혹함과 분단이 남긴 상처, 그리고 그 너머 평화에 대한 염원을 고요하게 전달받게 됩니다. 입장료는 2,000원이며, 민간인 통제 구역이 포함되지만 별도의 출입 절차 없이 이용 가능합니다.
이어서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은 ‘자유의 다리’입니다. 이 다리는 정전협정 이후, 1963년에 전쟁포로 12,773명을 교환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다리입니다. 당시 포로들은 차량으로 경의선 철교까지 이동한 후, 마지막 구간인 자유의 다리를 도보로 통과했습니다.
임시로 구조물이었지만, ‘자유로의 귀환’을 상징성만으로도 보존의 가치가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현재는 다리 끝이 막혀 있어 건너편으로는 갈 수 없지만, 멀리 보이는 북녘 땅을 바라보며, 자유를 택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그날의 결정을 되새겨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망배단’입니다. 이곳은 명절이 되면 실향민들이 북쪽 하늘을 향해 절을 올리는 장소로,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눈물과 바람이 담긴 곳입니다. 임진각 전체가 그렇듯, 이곳 역시 단순한 공간을 넘어 누군가의 삶과 기억이 깃든 장소입니다.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고, 미래의 평화를 염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임진각의 유적지는 단순한 전쟁 유적지를 넘어 평화교육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의미를 마주하면서도 사색할 수 있는 이 공간은, 파주 주말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소중한 장소입니다.
평화누리 공원에서 만나는 예술과 평화의 메시지
임진각에서의 역사 탐방을 마친 후, 도보로 약 5분 거리인 평화누리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2005년, 분단과 냉전의 상징인 임진각을 평화와 희망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조성된 복합문화공원으로, 드넓은 잔디 언덕과 예술적 조형물이 어우러져 여유롭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평화누리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람의 언덕’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하늘색 지지대 위에 설치된 3,000개의 바람개비가 언덕을 따라 줄지어 서 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일제히 돌아가며 바람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특히 노란 바람개비들은 한반도 지도 형태로 배열되어 있어, 자유로운 왕래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언덕은 남북의 경계를 넘나드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공원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북쪽을 향해 무언가를 호소하듯 서 있는 거대한 인물상 네 개가 보입니다. 최평곤 작가의 설치 작품 ‘통일부르기’는 서로 다른 크기의 인물 형상을 경사로에 따라 배치하여, 웅크린 사람이 점차 당당하게 일어서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과 분단의 역사를 담아내면서, 궁극적으로 통일을 향한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조형물들은 북쪽을 향하고 있으며, 언덕배기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위치해 있어 평화누리 공원의 정신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대표작으로 평가받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설치된 ‘We Are One(우리는 하나)’도 눈길을 끕니다. 2,018개의 파이프로 제작된 이 조형물은 두 개의 얼굴이 서로를 향해 마주 보고 있는 형상으로, 평화를 꿈꾸는 간절함과 애틋함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추상이 아닌, 얼굴을 형상화한 구조 속에 ‘우리’라는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공원의 한쪽에는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공간도 존재합니다. ‘솟대집’이라는 작품은 예로부터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며 세웠던 솟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조형물입니다. 솟대는 긴 기둥 끝에 새를 얹은 형태로, 공원에서는 이 솟대를 사람을 품듯 감싸 안는 구조로 변형해 평화와 안녕의 염원을 담았습니다. 전통적인 상징에 현대 미술의 형식을 더해,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포토존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각종 문화 공연이 열리는 야외무대, 자유와 평화를 주제로 한 시민 참여형 설치물들이 공원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 깊숙이 다양한 감정이 스며듭니다. 평화누리 공원은 단순한 쉼터를 넘어, 과거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조형화한 공간입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이곳을 걷는 시간은 ‘평화’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주말 나들이로 만나는 분단과 평화의 풍경
파주 임진각과 평화누리 공원은 우리 민족이 겪은 전쟁의 아픔과 현재 겪고 있는 분단의 쓰라림, 그리고 그 너머의 평화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곤돌라를 타고 민통선 내부를 내려다보며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고, 임진강 철교와 장단역 증기기관차를 통해 한국전쟁의 흔적을 되새겨보는 시간은 어느 여행지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또한 평화누리 공원에서 예술적 조형물과 함께 걷는 산책은 과거의 상처를 넘어 미래를 바라보는 여유를 선사합니다.
가까운 곳이지만, 마음으로는 먼 길을 걸은 듯한 여정. 이번 주말에는 파주로 떠나 분단의 상징이 평화의 메시지로 바뀌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멀리 있는 희망이 아닌, 가까운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평화일지도 모릅니다. 가족과 함께, 혹은 혼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이 여정을 꼭 한번 걸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