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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근대화 거리 코스 (철길마을, 이성당)

by Daniella1022 2025. 11. 30.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이미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군산은 근대의 시간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근대화 거리는 1900~1930년대의 건축물과 골목길이 어우러진 살아 있는 역사 현장입니다. 신흥동의 일본식 가옥과 말랭이마을은 독특한 건축 양식과 예술 벽화로 시간의 흐름을 감성적으로 품고 있으며, 경암동 철길마을은 철길과 주택이 공존하던 서민들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특별한 정서를 전해 줍니다. 또한 군산의 대표 맛집들이 모여 있는 중앙로 일대에서는 단팥빵, 짬뽕, 칼국수 등 군산의 향토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보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 코스는 역사, 문화, 예술, 음식이 어우러진 여행지로서 군산만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게 해 줍니다.

 

 

근대화 거리, 시간 위에 지어진 건축물들

군산 근대화 거리는 단순한 거리 그 이상입니다. 이곳에는 1900~1930년대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이 밀집해 있어, 마치 하나의 살아 있는 '시간여행 박물관' 같습니다. 거리를 따라 걷기만 해도 일제강점기의 흔적과 당시의 도시 구조, 문화, 상업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명소는 단연 군산근대역사박물관입니다. 입구 로비에서 상영되는 짧은 근대사 영상으로 배경지식을 얻은 뒤, 1층 해양물류전시관부터 관람이 시작됩니다. 이어지는 2층에는 3.1 운동 유공자 기념실과 근대자료 규장각실이 마련되어 있고, 군산이 걸어온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3층 근대생활관은 이 박물관의 백미로 꼽힙니다. 1930년대 군산 거리를 실제로 재현한 전시 공간에는 당시의 상점, 거리 간판, 주택 내부가 사실적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생생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관람객들은 공간 속을 자유롭게 걷고, 탁본 체험이나 포토존에서의 사진 촬영을 통해 기억에 남는 방문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옛 군산세관 본관은 1908년에 건립된 대표적 근대 건축물로, 붉은 벽돌 외벽과 하늘색 대문이 인상적인 대비를 이룹니다.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양식 건축물 중 하나로, 현재는 호남관세박물관으로 활용되며 과거 군산의 물류 역사와 세관의 기능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건물 내부에는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보다 깊이 있는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옛 군산세관 창고는 같은 해에 세관의 압수 창고로 건립된 건물로, 국내 최초의 트러스트 구조 양식을 적용한 점에서 건축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 공간은 오랜 시간 비공개로 유지되다가 2018년부터 일반에 공개되었고, 현재는 ‘인문한 창고 정담’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 지역 캐릭터 상품 판매, 북카페, 문화예술 교류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1922년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에 의해 설계된 석조 건물입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상인들이 군산 상권을 장악하도록 돕기 위해 신축된 이 건물은, 지금은 ‘일제강점기 근대역사관’으로 운영되며, 침탈적 자본주의의 실상을 고발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변화했습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분위기와 내부 전시 내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역사적 통찰을 유도합니다.

군산근대미술관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원래는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으로, 1907년에 세워졌습니다. 하얀 외벽과 초록색 기와지붕이 조화를 이루는 외관이 특히 인상적이며, 내부에는 미술 전시 외에도 안중근 의사의 여순 감옥을 재현한 전시관이 별관에 마련되어 있어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건물 자체가 일본인 대상 저리 대출을 통해 조선인들의 토지를 수탈하던 시대적 배경을 품고 있어, 단순한 미술관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군산 근대화 거리는 건물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담겨 있고, 주변 골목으로 발길을 옮기면 옛 상가, 카페, 소규모 갤러리까지 이어지며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곳은 단지 건축물을 보는 여행이 아닌, 도시의 역사적 맥락과 사람들의 삶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여정입니다. ‘근대 + 감성’이라는 조합이 이 거리의 진짜 매력입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과 말랭이마을의 골목 감성

군산 신흥동에 자리한 일본식 주택, 이른바 ‘히로쓰 가옥’은 군산의 근대 건축유산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 장소입니다. 이 주택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상류층인 히로쓰 기치사브로가 지어 실제로 거주했던 2층 목조 가옥으로, 일본식 주택 구조에 서양식 응접실, 한국식 온돌이 결합된 이색적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정갈하게 정리된 일본식 정원과 미닫이문, 목재 발코니 등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문화가 한데 섞였던 근대기의 건축적 특성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현재는 내부 관람이 제한되어 있어 실내 정원까지만 둘러볼 수 있으나, 금·토요일에는 사전예약을 통해 해설사 동행 하에 내부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영화 ‘타짜’와 ‘장군의 아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며 산책하기에도 좋습니다. 히로쓰 가옥의 뒷문을 지나면 바로 말랭이마을로 이어지는 골목길이 펼쳐집니다. 이 두 공간은 역사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하나의 흐름을 이루며, 군산의 정서와 시대의 흔적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말랭이마을은 일본인들이 신흥동 일대에 정착하던 1930~40년대와 6·25 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마을로, 바위 위에 다닥다닥 붙여 지은 집들로 독특한 지형을 이룹니다. ‘말랭이’라는 이름도 산비탈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실제로 마을을 걷다 보면 층층이 쌓인 집들과 구불구불한 골목이 이어지며, 한 장의 풍경화 같은 장면이 펼쳐집니다.

이 마을은 예술인 레지던스와 전시공간이 조성되면서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골목마다 다양한 테마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넘어서 1960~80년대 군산 서민들의 생활상과 추억을 오롯이 담아낸 것이 특징입니다. 마을 초입 계단부터 시작되는 벽화는 식사하는 가족의 모습, 옛날 교복을 입은 학생들, 안내양이 몸을 내민 시내버스, 철길 위의 추억 등 잊혀져 가는 풍경들을 생생히 되살려줍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추억전시관’은 교실, 분식집, 시장골목 등을 복원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가능케 하고, ‘신흥양조장’에서는 막걸리 만들기 체험과 전통 먹거리 체험이 가능합니다. 양조장 앞 벽화에는 주전자로 막걸리를 따르는 모습이 담겨 있어 실내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마을공방에서는 도자기, 염색, 목공예 등 다양한 수공예 체험이 가능하며, ‘이야기마당’에서는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와 기록을 전시해 이 마을의 숨은 역사를 조명합니다.

마을 정상에는 ‘봄날의 산책’이라는 이름의 작은 책방이 있고, 그 외벽에는 서해와 금강하구의 바다 풍경을 그린 벽화가 펼쳐져 있어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습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야경도 이 마을의 또 다른 선물입니다. 비록 마을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마을 지도를 챙겨 걷다 보면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볼거리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여행의 밀도를 더욱 높여줍니다.

말랭이마을은 단지 오래된 마을이 아니라,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사람들의 추억이 머무는 감성 공간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소박함 속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군산 여행 중 잠시 발길을 멈추고 이 골목을 걷는다면, 당신도 어느새 그 시절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철길마을과 이성당, 군산의 맛을 걷다

군산의 또 다른 명소인 ‘경암철길마을’은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간직한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1944년, 일제강점기 시절 신문용지 원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조성된 철로에서 유래했습니다. 페이퍼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던 2.5km 길이의 철로를 따라 마을이 형성되었고, 이후 ‘북선제지선’, ‘고려제지선’, ‘세풍철도’ 등으로 이름을 달리해 오다 현재는 ‘경암철길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마을에는 철로와 그 주변의 오래된 주택, 골목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정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이어진 철길 위를 따라 걷다 보면, 낡은 간판과 벽돌 담장, 오래된 가옥들이 옛 시절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을 규모는 크지 않아 1~2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으며, 안내소에서 시작해 철길 끝까지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는 방식이 추천됩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체험 요소도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중간중간 교복을 대여해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옛 문방구 스타일의 주전부리 가게에서는 숏다리, 쫀드기, 마시멜로우, 아폴로 등 복고풍 간식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달고나 만들기와 뽑기 체험도 인기가 있으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숍에는 장난감과 생활용품이 진열되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다만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주차나 사진 촬영 시 다소 혼잡할 수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근 공영주차장이나 대형마트 주차장 이용이 편리합니다.

철길마을을 둘러본 뒤, 군산의 대표적인 맛집과 음식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중앙로 근대화 거리 일대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군산의 대표 제과점인 ‘이성당’은 중앙로 1가에 위치해 있으며, 1906년 일본인 야스타로가 창업한 제과점을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한국인 이석우 씨가 인수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단팥빵과 야채빵은 오랜 전통을 갖춘 대표 메뉴입니다. 이성당은 단순한 제과점이 아니라 군산의 근대사를 간직한 상징적인 공간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은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특히 단팥빵과 야채빵은 인기가 많아 대기줄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두 제품을 제외한 다른 빵들은 대부분 별도의 대기 없이 바로 구매할 수 있어 짧은 시간에도 효율적인 방문이 가능합니다.

근대화 거리 주변에는 다양한 노포와 식당들이 함께 모여 있어, 도보 여행과 함께 식사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반해원’은 군산 지역에서 오랜 기간 운영된 중식당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중앙로 일대에는 ‘짬뽕거리’로 불리는 구역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 지역에서는 군산식 짬뽕을 판매하는 여러 중식당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해물 베이스의 진한 국물과 넉넉한 재료가 특징입니다.

식사 후에는 감성적인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군산과자조합’은 목재 인테리어와 밀크티 메뉴로 잘 알려져 있으며, 빈티지 감성이 느껴지는 실내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장미칼국수’는 1983년부터 운영되어 온 곳으로, 칼국수와 돌솥비빔밥 등을 제공하는 한식당입니다. 이곳은 전용 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인근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후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철길마을에서 군산의 과거를 걸으며 느낀 후, 중앙로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음식 문화를 경험하면 하루 일정이 더욱 풍성해집니다. 지역의 역사와 함께 음식과 공간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이 루트는, 군산을 깊이 있게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알맞은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군산, 시간과 감성을 걷는 하루 여행

군산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시대의 결을 품은 도시입니다. 근대화 거리에서는 1900년대 초중반에 지어진 건축물과 박물관을 통해 군산의 산업과 항만, 금융의 흔적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으며, 신흥동과 말랭이마을에서는 전통 주거양식과 예술이 결합된 감성 공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철길과 골목이 어우러진 독특한 정취로 여행자에게 오래 남는 인상을 남기고, 중앙로 일대의 이성당과 짬뽕거리에서는 지역 고유의 풍미를 통해 군산의 현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짧지만 깊은 하루 코스로 군산을 걸어보면, 오래된 것이 주는 위로와 신선한 감동이 함께 찾아옵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천천히 걷고, 느끼고, 맛보며 머물고 싶은 도시—그것이 군산입니다. 군산은 오래된 풍경 속에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조용한 힘을 가진 도시입니다.